벤처캐피털(VC)이 ‘뜨거운 감자’를 바꾸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한때 주목받던 분야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새로운 트렌드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정치·기술 환경의 급변이 원인이다.

기후 테마 펀드, AI로 변신하는 이유

최근 몇 년간 ‘기후 테크’ 펀드는 VC 업계의 핵심 투자처로 꼽혔다. 그러나 지금은 그 열기가 크게 식은 상태다. 한때 기후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던 펀드들이 이제 ‘AI for Climate’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의 정치 환경이 기후 정책에 부정적으로 기울면서 나타난 결과다.

예를 들어, ‘기후’라는 단어는 정치적 논쟁으로 인해 사용하기 어려운 단어로 변했다. 이에 따라 펀드들은 ‘미국 혁신’, ‘탄력성’, ‘공급망’, ‘국방’이라는 대체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언어 변화는 투자 전략의 재편을 반영한다.

한 기후 테크 VC는 “AI for Climate”가 사실상 모순이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정치적 압박을 고려해 새로운 언어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SaaSpocalypse’로 흔들리는 VC 생태계

기술 트렌드도 투자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일반 seed 펀드로 활동하던 곳들이 AI 전문 펀드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SaaSpocalypse’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SaaS 기업에 대한 투자 열풍이 사그라들고 있다. AI가 SaaS 기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많은 VC들이 SaaS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 펀드 매니저는 “5년 전만 해도 모두가 SaaS 또는 엔터프라이즈 투자자였지만, 지금은 소비자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SaaS 외에도 일반 소프트웨어 분야도 투자 부진을 겪고 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발전으로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이 쉬워지면서, 제품 자체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창업가들의 혼란, 새로운 기회는 어디에?

이 같은 변화는 창업가들에게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한때 인기 있던 분야에서 갑자기 투자금이 끊기면서,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하드웨어와 소비재 분야는 상대적으로 AI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VC들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 창업가는 “VC들이 한 달 사이에 ‘뜨거운 감자’를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전략을 재빠르게 바꿔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치와 기술, VC 전략의 양대 축

VC의 투자 전략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정치 환경의 변화다.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정치적으로 민감해지면서, 인재 분포 불균형에 기반한 투자 전략을 펼치던 펀드들은 새로운 언어로 자신을 포장해야 했다.

둘째는 기술 트렌드의 급변이다. AI의 발전으로 소프트웨어 분야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전통적인 SaaS 모델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VC들은 하드웨어, 소비재, 바이오테크 등 AI의 영향을 덜 받는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VC들은 한때 ‘기후’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국방’이나 ‘탄력성’이라는 단어로 대체하고 있다. 이는 투자 전략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치 환경의 영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미래 투자 전략, 어디로?

VC 업계의 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와 기술의 상호작용은 새로운 투자 Opportunities와 리스크를 동시에 창출할 것이다. 창업가들은 이 같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며, VC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해야 한다.

한 투자자는 “미래의 유망 분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