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급행심판’이란 무엇인가?
미국 연방대법원의 ‘비상급행심판(emergency docket, shadow docket)’은 긴급한 사안에 대해 신속하게 임시조치를 내리는 절차를 말한다. 이 제도는 최근 몇 년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빈번히 활용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시작 시점에 대한 통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클린파워플랜 정지가 비상급행심판의 시작이 아니었다
2016년 2월 9일, 오바마 대통령의 클린파워플랜(청정전력계획)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5일간의 신속심리가 비상급행심판의 시작으로 알려졌다.纽约时报는 내부 대법원 문건 유출을 계기로 이 사건을 ‘현대 비상급행심판의 탄생’으로 묘사했다. 스티븐 블라덱(Stephen Vladeck) 전 텍사스대 로스쿨 교수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스테파니 바클레이(Stephanie Barclay) 수페리어 연방대법관은 SCOTUS블로그에 기고한 글에서 이 주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클린파워플랜 정지가 비상급행심판의 첫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시작은 2013년 소토마이어 대법관의 contraception mandate 금지령
바클레이 대법관에 따르면, 비상급행심판의 첫 사례는 2013년 12월 3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니아 소토마이어(Sonia Sotomayor) 대법관이 10번째 순회구역(10th Circuit) 담당 대법관으로 재직 중이던 때였다.
‘피임보험강제규정(contraception mandate)’으로 불리는 오바마케어의 핵심 규제조치가Little Sisters of the Poor(빈곤자 수녀회) 등 종교단체에 적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금지령 신청이 접수됐다. 이 규제는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로, 모든 기업이 직원 건강보험에 피임혜택을 포함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었다.
하급심 법원과 항소법원은 모두 임시금지령 신청을 기각했지만,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같은 날 밤 12월 31일, 단독으로 임시금지령을 발령했다. 그녀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이끌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이 조치는 단 한 문단으로 이뤄졌으며, 실체심리나 구두변론, 설명 없이 내려졌다.
비상급행심판의 첫 사례: 소토마이어 대법관의 단독 결정
소토마이어 대법관의 결정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녔다.
- 단독 결정: 다른 대법관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발령
- 신속성: 신청 접수 당일 밤 즉시 처리
- 광범위한 영향:
- Little Sisters of the Poor뿐 아니라 수백여 종교단체에 적용되는 임시금지령으로 확대
뉴욕타임즈는 이 결정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perplexing)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하급심 법원이 임시금지령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소토마이어 대법관이 반대 방향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소토마이어의 접근법 수용
2014년 1월,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소토마이어 대법관의 접근법을 채택했다. Little Sisters of the Poor 사건의 항소심에서, 대법원은 피고인 연방정부가 contraception mandate를 종교단체에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임시조치를 내렸다. 이는 비상급행심판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바클레이 대법관은 “2016년 2월의 클린파워플랜 사건은 비상급행심판의 시작이 아니다. 실제 시작은 2013년 12월 31일 소토마이어 대법관의 contraception mandate 금지령이었다”라고 강조했다.
비상급행심판의 현대적 변화
비상급행심판은 원래 긴급한 인신보호청원(habeas corpus)이나 사형집행중단 등 인권 관련 사안에 한정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경규제, 이민정책, 백신강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상급행심판의 남용 논란도 커지고 있다.
바클레이 대법관은 “비상급행심판의 시작 시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이 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고 적절한 규제를 마련하는 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