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신뢰성(credibility)'은 오랫동안 핵심 가치로 강조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용어는 오히려 미국 자체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외교
지난해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는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 억지력의 신뢰성을 회복함으로써 강 через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철학을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사로잡기 위한 특수부대 투입을 지시하며 부통령 J.D. 밴스가 "마두로가 트럼프 대통령의 말뜻을 새롭게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국방장관 피트 헥셋(Pete Hegseth)도 지난달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뜻을 뼈저리게 배우고 있다"며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소 일관성 없는 발언으로 유명하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이란 개입 사이에 그는 덴마크에 대한 위협을 쏟아냈고, 그린란드 영토를 "쉽든 어렵든 차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그는 그린란드 군사 접근권 확대를 위한 '미래 협상 틀'에 합의하며 전격 철회했다. 이 사건은 물론 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 threat도 마찬가지였다. 중동 분쟁에서도 그는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 ultimatum을 수차례 연장했지만, 그 실효성은 없었다.
트럼프는 1987년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때로는 과감한 행동이 이득이 된다"며 상대방을 공포에 몰아넣은 뒤 유리한 대안을 제시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설명했다. 이는 일시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신뢰성 구축과는 정반대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가 핵심인 셈이다.
보수 언론가의 변명과 닉슨·Kissinger의 유산
트럼프 지지자들은 보수 언론인 살레나 지토(Salena Zito)의 말을 빌려 "트럼프는 진지하게 받아들일지언정,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신뢰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문제는 트럼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닉슨 전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 수석 고문이었던 헨리 Kissinger도 미국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두 사람은 '미친Men 이론(madman theory)'을 신봉했는데, 이는 비이성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통해 상대방을 위협하는 전략이었다. 닉슨은 베트남 전쟁이 승산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Kissinger는 "갑작스러운 철수가 신뢰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전쟁을 질질 끌었다. 닉슨은 외교적 접근과 핵 위협을 번갈아 가며 Кампу치아를 비밀리에 침공하는 등 '미친Men' 행세를 했고, 이는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신뢰성 vs. '강한 척하기'
많은 강경파들에게 '신뢰성'은 말 그대로 약속을 지키는 신뢰성이 아니라, 자존심과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Kissinger는 "약간의 약한 모습을 보이면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약하다고 볼 것"이라며 전쟁을 질질 끌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미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오늘날 미국은 '신뢰성'을 내세우며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하지만, 정작 일관성 없는 정책과 threat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게 만들고 있다. 신뢰성은 말과 행동의 일치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강경한 태도만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