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장 존 로버츠는 2005년 임명 청문회에서 “저는 심판자일 뿐, 선수가 아닙니다. 공정하게 볼과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그가 이념적 편견 없이 헌법 해석을 수행할 것이라는 약속으로 들렸지만, 실제로는 완전한 거짓말이었다.
로버츠는 보수 법조계의 핵심 인물로, 2010년 시민연합(Citizens United) 판결을 주도하며 선거자금 규제 완화를 이끌었다. 이 결정은 미국 정치자금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고, 그 결과 billionaire들이 정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로버츠는 이 판결을 통해 ‘공정한 심판자’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하고 권력을 강화하는 선수로 변신했다.
‘인종 차별을 멈추는 방법은 인종을 기준으로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로버츠의 두 번째 유명한 발언은 2007년 시애틀과 루이빌의 자발적 학교 통합 정책을 무효화한 판결에서 나왔다. 그는 “인종 차별을 멈추는 방법은 인종을 기준으로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선언하며, 인종 통합 정책을 반대했다. 이 판결은 보수 진영에서 환영받았지만, 실제로는 미국 공교육의 인종 분리 현상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1991년 이미 강제 통합 정책이 제한된 상황에서, 2007년 로버츠 법원은 자발적 통합 조치마저 금지했다. 보수 진영은 “미국은 이미 인종 문제가 해결된 사회”라고 주장했지만, 데이터는 정반대를 보여준다. Axios가 2024년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1988년 약 7.4%에 불과했던 ‘극심한 인종 분리 학교(90% 이상 백인 학생)’ 비율은 2022년 15.8%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로버츠의 판결이 공교육의 인종 분리 재확산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로버츠의 유산
로버츠의 법리적 접근은 단순히 인종 문제뿐만 아니라, 선거제도와 정치자금 시스템까지 파괴했다. 그의 결정은 billionaire와 대기업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시민연합 판결은 정치자금의 ‘암묵적 뇌물’화를 공식화했으며, 이는 이후 엘론 머스크, 피터 틸 등 기술 억만장자들의 정치 개입을 용이하게 했다.
로버츠는 법원장 임기 16년 동안 ‘공정한 심판자’라는 이미지를 유지했지만, 그의 실제 행보는 법치주의를 정치 도구로 전락시킨 전형이었다. 그의 유산은 미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 과제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