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취임 첫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 타르샌드 오일을 미국으로 운반할 예정이었던 ‘케스턴 XL’ 파이프라인 건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 결정은 환경운동가들에게 바이든의 가장 명확한 환경정책 선물로 평가됐다. 그러나 5년 만에 와이오밍의 오일 재벌인 트루 가문이 ‘케스턴 XL’의 핵심 아이디어를 부활시키며 다시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저 확장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대통령 허가서를 서명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캐나다 앨버타의 타르샌드 오일을 와이오밍 중부 허브까지 647마일(약 1,041km)에 걸쳐 운반할 계획이다. 이후 오일은 멕시코만 인근 정유소까지 연결되는 다른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이전 행정부는 파이프라인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며 “이번 허가는 국제 경계선을 넘는 오일 수송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 허가는 국제 오일 수송을 위한 프로젝트에 필수적인 허가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한 연방토지관리국(BLM)의 발표에 이어 나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으며, 브리저 파이프라인社는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2028년부터 원유 수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브리저 확장 파이프라인은 하루 최대 55만 배럴의 원유를 운반할 수 있으며, 최대 수송 용량을 확장할 경우 케스턴 XL의 최대 용량인 하루 100만 배럴을 초과할 수 있다. 케스턴 XL과 유사한 경로로 인해 일부 반대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케스턴 라이트’(Keystone Light)라고 부르고 있다.
캐나다 구간은 TC 에너지社가 케스턴 XL을 추진했던 것과 같은 South Bow社가 건설을 맡는다. 2014년 노스다코타 가스코인 인근에서 케스턴 XL용으로 준비됐던 미사용 파이프가 창고에 보관돼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트루 가문의 오일 제국과 환경적 우려
이 프로젝트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중 최대 규모의 화석연료 개발 사업으로, 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 원유 가격 급등과 앨버타 지역 오일 생산 증가라는 시점에서 추진되고 있다. 와이오밍 록키산맥 일대에서 오랜 기간 오일 시추 사업을 영위해 온 트루 가문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주체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파이프라인 유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브리저 파이프라인社 대변인 빌 살빈(Bill Salvin)은 “캐나다산 원유 수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용량이 제한적이며, 록키산맥 지역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이 프로젝트가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강력한 반대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타르샌드 오일은 conventional 원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20~25%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빠른 추진과 환경영향평가 논란
BLM은 지난달 이 프로젝트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대폭 축소했다. 이는 기존 규제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젝트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절차가 충분한 공공 참여와 과학적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트루 가문과 브리저 파이프라인社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 및 주 차원의 공식적인 반대 움직임은 없으나, 환경단체와 지역 사회의 반대가 거세질 경우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케스턴 XL의 실패와 달리 ‘케스턴 라이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향후 오일 산업과 환경 정책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