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로 난청 어린이들 청력 회복…FDA 승인 받은 ‘기적의 약’

출생 시부터 난청을 앓던 영아가 유전자 치료제를 단 한 번 투여받은 후 8주 만에 청력을 회복하는 장면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험실에서 소리 자극에 반응하지 않던 영아는 치료 후 같은 장소에서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반응했고, 멀리서 할아버지가 이름을 부르자 다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이 영상은 지난해 말 미국 메사추세츠 아이앤이어 병원(Mass Eye and Ear)과 중국 푸단대학 Eye ENT 병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OTOF 유전자 치료 국제 임상시험 결과의 일부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주 미국 FDA가 난청 치료제 ‘오타르메니(Otarmeni)’를 승인하는 데 기반이 되었다.

FDA 승인 받은 ‘오타르메니’의 임상 결과

FDA는 지난 4월 23일, OTOF 유전자 변이로 인한 중증~고도 난청 치료제 ‘오타르메니’를 가속 승인했다. 이 약은 레제네론(Regeneron)에서 개발했으며, 임상시험에서 80%의 환자가 measurable hearing(측정 가능한 청력)을 획득했고, 42%는 속삭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특히 치료 후 2년 반이 지난 환자 중 90%가 여전히 청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푸단대학 Eye ENT 병원의 쉬이라이(Shu Yilai) 박사는 “소리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부모님과 가족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며 “이 치료가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영상 속 다른 환자는 치료 13주 만에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유전자 치료의 역사적 전환점

이번 승인은 유전자 치료 분야의 역사적 전환점을 의미한다. 유전자 치료는 1999년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18세 제시 겔싱거(Jesse Gelsinger) 환자가 임상시험 도중 사망한 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이 사고로 FDA는 미국 내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을 전면 중단했으며, NIH는 규제를 강화했다. 연구비 지원도 중단되면서 ‘유전자 치료’라는 단어는 cautionary tale(경고의 사례)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유전자 전달 방식 개선과 안전성 강화로 분야가 회복세를 보였고, 27년 만에 OTOF 유전자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으며 새로운 장을 열었다. kini gene therapy는 더 이상 ‘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접근 가능한가’, ‘가격은 합리적인가’, ‘소수의 희귀 질환이 아닌 더 많은 질환에 적용 가능한가’의 문제로 초점이 옮겨졌다.

미래: 유전자 치료의 일반화

전문가들은 “이번 승인이 유전자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유전자 치료가 일부 희귀 질환뿐 아니라 더 광범위한 질환 치료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치료 비용, 접근성, 장기 안전성 등 해결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이번 승인은 유전자 치료가 더 이상 ‘기적’이 아닌 ‘일상적인 치료법’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치료는 환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 쉬이라이 박사, 푸단대학 Eye ENT 병원

유전자 치료의 원리와 적용 범위

유전자 치료는 손상된 유전자를 대체할 수 있는 정상 유전자를 세포에 전달하는 방법이다. 오타르메니는 OTOF 유전자 변이로 인한 난청 환자에게 정상 OTOF 유전자를 전달해 청력 회복을 돕는다. 이 치료법은 세포 내로 정상 유전자를 전달하는 AAV(아데노연관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다.

현재 유전자 치료는 희귀 질환뿐 아니라 암, 혈액 질환, 신경 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특히 백혈병 치료제 ‘루BCYT’(Luxturna)와 같은 유전자 치료제가 이미 FDA 승인을 받아 상용화되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질환에 적용될 전망이다.

주요 과제와 전망

  • 비용 문제: 유전자 치료제는 개발 비용이 높아 환자 부담이 크다. 오타르메니의 경우 한 번 투여로 약 100만 달러(약 1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접근성: 고가의 치료 비용으로 인해 저소득 국가나 보험 미적용 환자에게는 접근이 제한적이다.
  • 장기 안전성: 유전자 치료는 비교적 새로운 치료법으로, 장기적인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 표준화된 치료 프로토콜: 각 질환별로 최적의 치료 시기와 방법, 환자 선별 기준 등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유전자 치료가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 보험 적용 확대, 규제 체계 개선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희귀 질환 환자에게는 ‘기적 같은 치료’가 현실이 되고 있지만,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시스템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오타르메니의 FDA 승인은 유전자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유전자 치료가 더 많은 질환에 적용되고,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V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