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투명한 정부’라는 약속은 어디로

2025년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시작과 함께 ‘역사상 가장 투명한 정부’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공공 기록 접근권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현 정부와는 거리가 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에프스타인 파일 파동이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공공 기록 접근권, FOIA의 핵심 역할

미국에서는 정부가 생산하고 관리하는 모든 문서·이메일·보고서 등은 taxpayer(세금 납부자)의 소유라는 원칙 하에 정보공개법(FOIA)이 운영된다. 이 법은 정부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요청 시 해당 문서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와 MAGA 진영이 과거 FOIA를 적극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IRS의 감사 자료 접근을 위해 FOIA를 신청했고, 국립기록관리청에 대해서는 기밀문서 보관 혐의로 FOIA를 활용했다. 로버트 F. 케네디 Jr.도 백신 관련 정보와 시크릿 서비스 세부사항을 FOIA로 요청했으며, 정부가 제때 응답하지 않자 소송까지 제기했다.

정부 내 공공정보 시스템,‘폐쇄’로 치닫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집권한 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부 내 공공정보 담당 부서들이 대량 해고와 조직 개편으로 사실상 폐쇄된 것이다.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이유는, 관련 직원들이 해고되면서 누가 남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케네디 Jr.가 장관으로 있는 보건복지부(HHS)에서는 다수의 공공정보 사무소가 순식간에 폐쇄됐다. 케네디는 취임 당시 ‘급진적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을 내세웠지만, 정작 HHS 웹사이트에 공개된 ‘급진적 투명성’ 페이지는 vaccine 고문단의 이해 충돌, ‘낭비적 지출’, ‘대학 내 반유대주의 종식’ 등 정부 입맛에 맞는 5개 주제에 불과했다.

FOIA 요청, 490일 만에 답변… 법정 기한은 20일

HHS에 FOIA 요청을 하면 중앙 플랫폼 FOIA.gov를 통해 접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 플랫폼은 현재 26만 7천 건 이상의 요청을 처리하지 못한 채 백로그 상태다. 법적으로는 20 영업일 이내 응답해야 하지만, HHS의 평균 응답 시간은 490일에 달한다.

‘패턴과 관행’으로 번진 FOIA 거부

이것은 단순한 지연이나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법이 규정하는 ‘패턴과 관행(Pattern and Practice)’에 해당한다. Mother Jones의 보도에 따르면, 장애 관련 이슈를 취재하는 줄리아 메트뢰(Julia Métraux)는 1년 반 전 매사추세츠 주 장애아동 전기충격 시설 관련 문서를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LGBTQ 이슈 담당 매디슨 폴리(Madison Pauly)는 성별 dysphoria 보고서 작성 자료를, 아동복지 담당 줄리아 루리(Julia Lurie)는 ‘웰니스 팜(Wellness Farms)’과 향정신성 약물 이보가인을 치료제로 활용하려는 계획 관련 문서를 각각 요청했으나, 아직 아무런 답변도 없다.

정부가 FOIA를 거부하는 진짜 이유

전문가들은 이 같은 FOIA 거부 현상이 정부가 불편한 진실을 숨기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에프스타인 스캔들, 백신 정책, 정신질환 치료제 등 민감한 사안일수록 정보 공개가 늦어지거나 거부되는 경향이 강하다.

정보 접근권 투쟁은 이제 단순한 관료주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보의 공유’가 정부에 의해 의도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