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총재, 달러 페그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 경고
달러 가치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의 급속한 확산이 중앙은행의 통화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결제은행(BIS)의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총재는 2일 일본은행에서 열린 연설에서 달러 페그 스테이블코인이 각국 통화 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흥국 통화 주권 위협
코스 총재는 특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달러화 현상(dollarisation)’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현지 통화가치가 불안정할 때 시민들이 달러 페그 스테이블코인을 대량으로 채택하면 해당 국가의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가 급속히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체되면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 정책에 영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코스 총재는 "외환 스테이블코인이 거래, 가격, 임금이 점차 외국 통화로 설정되면서 통화 정책 전달 메커니즘과 통화 주권을 더욱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급성장 배경
최근 2년간 모든 통화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총시가총액은 100% 이상 증가해 3200억 달러를 넘어섰다(DefiLlama 기준). 이 중 99.6%가 달러 페그 스테이블코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노우스 법(Genius Act)을 통과시키고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점(12만 6000달러)을 기록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급성장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6만 2000달러까지 하락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성장세가 주춤했다.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스테이블코인은 1000억 달러 이상의 유동성을 흡수했지만, 올해는 120억 달러 미만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중앙은행에 세 가지 새로운 도전
코스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에 세 가지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 접근성 확대: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달러 페그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어, 전통적인 달러 접근이 어려운 국가에서 인기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
- 통화 가치 악화: 현지 통화를 디지털 달러로 교환하면서 디지털 달러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현지 통화의 가치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
- 자본 통제 회피: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자본 통제를 우회하기가 쉬워져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코스 총재는 "최종적으로 통화는 기술 그 이상"이라며 "국내외 협력이 뒷받침될 때 신뢰를 바탕으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규제 협력이 없으면 각국 규제 체계 차이로 시장 분열이나 규제 차익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화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적 성과다. 국내외 협력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번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