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Chatrie v. United States 사건에서 대법관들은 경찰이 휴대폰 데이터를 활용해 범죄 현장 vicinity(근처)에 있었던 사람들을 특정하는 '지오펜스(geofence) 영장'의 법적 한계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 사건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사생활 보호와 공공 안전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 2020년 oral argument(구두 변론)에서 대법관들은 검찰 측 변호사 아담 유니코프스키(Adam Unikowsky)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유니코프스키는 헌법이 경찰의 휴대폰 추적 능력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다수 대법관들은 이 견해에 회의적이었다. 일부는 심지어 2018년 Carpenter v. United States 판결(경찰이 과거 위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획기적 판결)을 무력화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그러나 검찰 측 변호사 에릭 페이긴(Eric Feigin)의 변론이 시작된 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정부가 휴대폰을 통한 추적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한다면 특정 종교 집회나 정치 모임에 참석한 모든 이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다른 대법관들도 경찰이 영장 없이 이메일, 개인 캘린더, 사진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지오펜스 영장이란?

지오펜스 영장은 특정 시간대와 장소에 있었던 휴대폰 사용자 목록을 경찰에 제공하도록 요청하는 영장이다. 구글과 같은 기술 기업들은 사용자의 위치 데이터를 수집·저장하고 있어, 경찰은 이를 활용해 범죄 현장 vicinity(150미터 반경 내)에 있었던 사람들을 특정할 수 있다. Chatrie 사건에서 경찰은 버지니아주 미들로시언 은행 강도 사건 발생 1시간 이내, 은행 주변 150미터 반경 내에 있던 구글 사용자 데이터를 요청했다. 이 반경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인근 교회도 포함되었다.

최종 판결은 제한적일 가능성

대법원의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우려는 결국 Carpenter 판결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판결이 내려질 것임을 시사한다. 즉, 경찰은 휴대폰을 통한 위치 추적을 위해 항상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유지하되, 이를 크게 확장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Chatrie 사건의 경우 경찰은 이미 영장을 발부받았으므로, 대법원은 이 영장이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지오펜스 영장’ 자체를 금지하기보다는, 그 사용 조건을 엄격히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미국 내 사생활 보호 규제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기술 발전 속도가 법제도의 진화 속도를 앞지르는 만큼, 향후 유사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V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