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성향 연방법원이 보건복지부(FDA)의 낙태약 미페프리스톤 우편 처방 규제 완화 조치를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이 판결로 인해 원격의료를 통한 낙태약 처방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낙태 접근성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텍사스주에 위치한 제5순회 연방항소법원은 3-0으로 Louisiana주의 요청을 받아들여, FDA가 2023년 도입한 우편 낙태약 처방 규제를 금지하는 임시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는 FDA의 규제 완화로 인해 원격의료를 통해 낙태약을 처방하던 주들, 특히 낙태가 금지된 남부 주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의 우편 처방을 금지하는 동시에, 전국의 원격의료 제공업자들이 낙태약을 처방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다만, 미페프리스톤과 함께 사용되는 또 다른 낙태약인 미소프로스톨은 이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소프로스톨은 자체적으로 강력한 낙태 효과를 지닌 약물이지만, 이번 조치에서는 제외됐다.
Louisiana의 주장과 연방법원의 판단
Louisiana주 검찰총장 Liz Murrill은 지난해 가을 FDA의 규제 완화 조치가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우며 정치적인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낙태약이 원격으로 처방될 경우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했지만, 전 세계적인 연구 결과들은 이와 반대되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한편, 연방법원 판사 Stuart Kyle Duncan은 판결문에서 “FDA의 조치가 Louisiana주의 낙태 금지 법안을 무력화하고, 낙태로 인한 응급 치료에 Medicaid 자금을 지출하게 만든다”며, “이러한 손해는 회복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Duncan 판사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그는 또한 “FDA의 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낙태는 Louisiana주의 ‘수정 시점부터 인간으로 간주되는 태아’를 보호하는 법안을 무력화한다”고 덧붙였다.
낙태 권리 단체의 반발
낙태 권리 단체인 Center for Reproductive Rights의 Nancy Northup 대표는 “이번 조치는 과학이 아닌 정치적인 의도로 낙태 접근성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원격의료는 많은 낙태를 원하는 이들에게 마지막 연결고리였다. 그런데 이를 선택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정치적 장벽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Northup 대표는 또한 “원격의료는 의료 서비스 혁신을 가져왔지만, 낙태 환자들에게만 이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FDA와 연방정부의 반응
FDA는 지난해 가을부터 미페프리스톤의 안전성을 재검토 중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Louisiana주의 소송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제5순회법원은 FDA의 검토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임시 조치를 내렸다.
미국 정부는 이번 판결이 FDA의 약물 안전성 검토 과정을 ‘불필요한 사법 개입’으로 간주하며, FDA가 규제 완화 조치를 되돌릴 경우 이번 임시 조치가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수 성향의 연방정부와 법원 간의 긴장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FDA의 규제 완화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FDA의 자체 검토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적인 영향과 전망
이번 판결은 특히 낙태가 금지된 남부 및 중부 주에서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낙태 접근성이 이미 제한된 주에서 원격의료마저 차단되면서, 많은 여성들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될 우려가 있다.
낙태 권리 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여성의 건강과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반면 낙태 반대 단체들은 “태아 보호와 여성 건강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 내 낙태 접근성 논쟁에 새로운 국면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2년 Dobbs 판결 이후 각 주가 낙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연방법원의 결정은 전국의 낙태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