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의 한 대법관에게는 'Notorious RBG'라는 별명이 붙었다.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전 대법관은 그야말로 유명한 인물이었지만, 결코 좋은 의미로만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악명 높은'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긴스버그 전 대법관은 그러한 독특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제 새로운 별명이 필요해졌다. 바로 'Laborious KBJ'—즉, '근면한 KBJ'다. 킨타지 잭슨(Ketanji Brown Jackson) 대법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름 아닌 '다른 이들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잭슨 대법관의 개인적 만족을 위한 것일 뿐, 실질적인 변화는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내외에서 그녀의 존재가 마음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몇 가지 데이터를 살펴보면 그 실체가 clearer해진다. 지난 3월 애덤 펠드만의 분석에 따르면, 잭슨 대법관은 이번 임기 동안 법정에서 무려 5만3천여 단어를 발언했다. 두 번째로 많은 발언을 한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대법관(3만5천 단어)과 엘레나 케이건(Elena Kagan) 대법관(3만 단어)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치다. 심지어 로버츠 대법원장과 토머스(Thomas), 바렛(Barrett) 대법관의 발언량을 합쳐도(약 4만8천 단어) 잭슨 대법관 한 명의 발언량에 미치지 못한다. 케이건과 카바노(Cavanaugh), 고르슈(Gorsuch) 대법관의 발언을 모두 합쳐도(5만2천198단어) 마찬가지다.

펠드만은 또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번 임기 중 가장 긴 10건의 oral argument(구두 변론)에서 잭슨 대법관은 9건에서 가장 많은 발언을 차지했다. 대법관들이 발언한 단어 중 4분의 1 이상이 잭슨 대법관으로부터 나온 셈이다. 이는 결코 정상적인 수치가 아니다. 브레이어(Breyer) 전 대법관이 장시간 질의를 이어갈 때는 그나마 흥미로운 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잭슨 대법관이 질문을 시작하면, 나는 곧바로 오디오를 건너뛰기 일쑤다.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다른 대법관들에게는 그런 선택권이 없다.

기자들 또한 잭슨 대법관이 장시간 질의를 시작할 때면 동료 대법관들이 한숨을 쉬고, 눈을 굴리며, 집중을 끊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잭슨 대법관의 '혼자 dissent'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몇 건의 사건에서 그녀는 너무나도 좌측의 입장을 취해 소토마요르와 케이건 대법관조차 동참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다수 의견을 '정치적 편향'이라고 비난하는 dissent를 단독으로 작성했는데, 이 dissent는 알리토(Alito) 대법관으로 하여금 즉각 대응하는 concurring opinion을 쓰도록 만들었다.

또한 잭슨 대법관은 제1순회항소법원의 비상 신청(eventual petition)을 일부러 지연시키는 행보로도 주목받았다. 예를 들어 'Libby v. Fectau' 사건에서 그녀는 응답을 요청하는 데 오랜 시간을 끌었고, 결국 대법원이 비상 구제를 승인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반면 알리토 대법관은 '미프프리스톤(Mifepristone)' 사건에서 즉각 행정 stay(중지 명령)을 내리고 응답을 요청하는 등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잭슨 대법관의 행보는 '노동 집약적' 그 자체다. 동료 대법관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뿐, 실질적인 변화나 설득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과연 그녀의 존재는 대법원의 균형을 흔드는 것일까?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출처: Reason